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오사카에 온지 벌써 7년째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영화의 길보다는 일본대중문화속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늘 그랬지만,아침에 일어나 습관적으로 TV를 키면 일본어뉴스가 흘러나오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지 오래다.이젠 한국영화를 빌려봐도 일본어자막이 나오는것이 익숙하다.

근데 오늘 아침엔 한국의 대선(大選)결과소식으로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한국어가 사정없이 흘러나왔다.일본 오사카 태생의 이명박후보의 차기대통령 당선에 마치 자국의 고향사람이 당선된 것인양 떠들썩하게 한국의 대선소식을 보도했다.과연 한일관계는 그들의 생각처럼 순조로울지 기대가 크다.

일본에 일본인은 없다.

열도에 살고있는 1억2천만 여명속 일본인들중 과연 순수한 사무라이의 피가 흐르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아시아의 나라중에서 손꼽을만큼 다양한 나라의 피가섞인 다혈(多血)민족이다.

멀게는 메이지(明治)시대부터 일찌감치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열도는 코큰 서양인들로 가득했었고,그들과 눈맞은 일본녀들사이에서 또 다른 파란눈의 2세가 태어났다.

최근에는 프로스포츠의 영향으로 제펜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용병들이 하나둘 일본열도에 짐을 싸고 몰려들었고,그들사이에서도 노란머리에 파란눈을 가진 일본인들이 태어나기도 했다.

그중에는 일본인과 결혼하지않고도 일본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일본프로축구 J-리그 도쿄베르디1969팀의 감독인 라모스 루이(溜衛)는 일본국적으로 브라질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일장기를 달고 대표팀서 뛰었었다.이름또한 루이(Ruy)란 이름을 같은 발음의 한자로 바꿔 개명등록했다.

이외에도 예전 J-리그 시미즈 에스파르스팀에서 안정환의 팀동료였던 산토스도 일본팀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했었다.브라질출신인 그는 아이러니하게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브라질팀과 경기를 했다.

일본어로 산토스와 같은 발음인 삼도주(三都主)로 개명했으며,현재는 오스트리아리그 FC레드불 자르츠부르크(Salzburg)서 활약중이다.아이러니한건 이 두명모두 일본피가 전혀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혼(타마시,魂)을 들먹거리며,열을 올리곤 했다는거다.

일본은 혼혈(混血)이 판친다.

21살의 에리카,최근 20살연상 애인과의 데이트가 발각돼 화제가 됐었다.

위의 경우는 전혀 피가 섞기지 않은 귀화파라고 한다면,이번의 경우는 일본인과 타국의 피가 섞인 혼혈의 경우다.눈이 노랗던 코가 높든 얼굴이 갸름하던 롱다리건 그들은 일본인이다.비록 여느 일본인들과 다소 다를지라도 말이다.

올해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가요계 그리고 광고판을 싹쓸이한 여배우는 뭐니뭐니해도 사와지리 에리카(エリカ.21)였다.일본인 아버지와 프랑스 어머니사이서 태어난 그녀는 일본의 연예뉴스서 빼놓치 않고 등장하는 주요인물이다.

최근 자신이 출연한 영화시사회장서의 무성의한 태도와 건방진 발언으로 일본의 연예계 대모격인 엔카가수 와다(和田)아키코의 따끔한 질책을 받아 일주일내내 연예가뉴스가 이 소식으로 도배되기도 했다.

지난 05년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박치기’에선 한국인 인물인‘이경자’역할을 열연해 그해 일본아카데미 신인여우상을 받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일본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는 재일교포,제목도 한국어였으며,한국어 자막도 잊지않았다.참고로 그녀를 따끔히 혼냈던 일본연예계의 대모 와다 아키코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엄연한 재일교포다.

지금 일본 스포츠계는

프로야구계도 빼놓을수 없다.

올 퍼시픽리그을 제패한 니혼햄 파이터스의 에이스이자,북경 올림픽 일본대표팀 에이스인 달빗슈 유(Darvish 有)도 두나라의 피가 흐르고 있다.

아버지는 축구선수출신인 이란인,그리고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특이한 이름은 물론이고 오똑한 코와 196센치의 훤칠한 키는 여느 일본인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그는 오사카출신의 엄연한 일본인이지만,어릴적 동네아이들에게 혼혈아라는 이유로 많은 이지메를 당했다.

그것이 그를 야구선수의 길로 안내했고,그의 강속구에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삼진으로 떨어져나갔다.

수많은 재일교포들이 프로스포츠계나 연예계로 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실력만 있으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수 있으며,그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을수 있기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프로야구계엔 수많은 교포선수가 일본인들을 열광시켰다.

지금도 일본야구계에서 깨지지 않고있는 전설적인 3천안타를 기록해 ‘안타제조기’란 별명을 갖고있는 장훈(일본명 하리모토이사오,張本勳)이 있었고,당시 거인팀의 4번타자였던 왕정치는 대만계 일본인이다.

아이러니한건 지금의 거인팀 4번타자가 한국의 이승엽이며,3번을 쳤던 오가사와라(小笠原)또한 한국계라는 사실이다.지금은 귀하해서 WBC 일본대표팀으로 뛰었지만,그전까지는 한국국적때문에 탁월한 슬러거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이 될수 없었다.

반대로 지금도 굳건히 한국국적을 지키고 있는 선수도 있다.

요미우리의 절대적인 라이벌팀 한신타이거스의 4번타자인 카네모토 토모아키(한국명 김지헌,金本知憲)다.

일본프로야구의 빅카드인 이 두팀의 4번타자 모두 한국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재일교포팬들에겐 큰 힘이 되는건 분명하다.

참고로 이름에 본(本)자를 넣는 이유중엔 김(金)씨성을 가진이가 일본(本)에 와서 만든 이름이라서다.즉 본(本)자가 있는 이름은 교포들이 많다.

이외에 수년전 거인팀의 4번타자였던 키요하라(淸原)도 교포출신이며,K-1과 프라이드선 추성훈도 있다.

키요하라는 그가 출전할때마다 세컨드로 함께 링위에 오르곤 했는데,아직도 추성훈의 유도복양팔에 새겨진 태극기와 일장기가 눈에 선하다.

요컨데 언제부턴가 인터넷이란 기이한 발명품으로 세계의 장벽이 없어진지 오래다.국적이 어디든간에 어떤 피가 흐르든간에 그것은 지금을 사는데 그리 문제가 되지않는다.같은 색의 눈과 피부를 가져야만 한 민족이 아니다.같은 공기와 같은 하늘아래서 살고 있다는것으로도 충분히 하나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 한국서 한 여자 탤런트가 울면서 혼혈아라고 커밍아웃을 했던적이 있었다.또한 이번 차기 대통령당선자가 일본 오사카태생이라는 것만으로 색안경을 쓴 여론도 돌았다.

타고난 태생이나 피부색이 판단과 결정의 기준이 되는건 너무 유치하다.
고정관념은 때론 세상을 사는데 거추장스럽다.
to be continued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