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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상반기 세계마라톤 결산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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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철인선수 등록일 2009-06-23 22:22:58 조회수 1631
2009년 상반기 세계마라톤 결산

사상 유례없이 초고속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는 2009년. 아직 상반기가 끝나진 않았지만 5월이 지나면 계절상 여름으로 접어들고 이미 굵직한 국제마라톤대회가 대부분 끝난 상황에서 어느해보다 뜨거웠던 올해 상반기 세계마라톤 결과를 정리하고, 더욱 기대되는 하반기를 예상해본다.


  * <남자마라톤> 점입가경의 무서운 속도전, 하반기 세계기록경신 기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시간6분은 인간에게 난공불락의 벽으로 존재했었다. 1988년 에티오피아의 벨라이네 딘사모가 2시간6분50초로 2시간6분대에 들어선 후 10년 넘게 넘어설 수 없었던 2시간6분의 벽은 드디어 1999년 칼리드 하누치(모로코)가 시카고에서 2시간5분42초를 수립하며 깨졌다. 이후 2003년 폴 터갓(케냐)이 2시간5분을 돌파했고, 지난해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는 2시간3분59초로 4분 벽까지 허물어 기록단축에 불을 지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뛰어든 2005년부터 기록상으로 독주체제를 이어왔다. 이 기간동안 그는 세계기록을 두 차례 수립했고, 2위와 현격한 기록차이로 매년 시즌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08년 2시간6분 이내를 달린 선수는 모두 6명이었다. 그 이전까지 6분벽을 돌파한 선수가 역대 5명 밖에 없었으니 지난해 세계남자마라톤은 기록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것도 올해의 결과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상반기에만 2시간 4 ~ 5분대를 기록한 선수가 벌써 8명이고, 2시간7분대는 랭킹15걸에 들지도 못할 정도다.

2009년 가장 먼저 2시간6분을 돌파한 선수는 역시 게브르셀라시에다. 1월 두바이에서 2시간5분29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이 기록이 상반기 최고기록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4월5일 로테르담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케냐의 던칸 키베트와 제임스 크왐바이가 2시간4분27초의 같은 기록으로 골인한 것. 한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분 이내의 선수가 2명 이상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날 열린 파리마라톤에서도 빈센트 키프루토(케냐)가 2시간5분47초로 우승해 5분대 클럽에 가입했다. 두 마라톤대회 우승자들은 모두 케냐 선수들로 이전까지는 무명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 컸고, 마라톤왕국 케냐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결과였다.




상반기 가장 관심을 모은 경기는 베이징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지난해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런던마라톤이었다. 4월26일에 열린 이 경기에서 올림픽챔피언 사무엘 완지루(케냐)가 2시간5분10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2위 체가에 케베데(에티오피아)와 3위 조우아드 가립(모로코) 역시 2시간5분대를 기록했다. 비록 어려운 코스 때문에 좋은 기록이 나오진 않지만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메이저대회인 보스턴마라톤 우승은 에티오피아의 데리바 메루가(2시간8분42초)가 차지했다.

#.사진설명 :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사무엘 완지루. 더운 날씨속에서도 초반부터 빠른 스피드로 달리는 모습.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상반기 기록랭킹 15위 안의 선수들은 모두 아프리카 선수들로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이렇게 세 나라의 선수들로만 채워져 있다. 5월13일 기준으로 아프리카 선수 외에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는 한국의 지영준 선수(2시간8분30초)로 랭킹 31위에 올라 있다. 매년 20위권 이내에 3 ~ 4명의 유럽 혹은 일본선수들이 포함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프리카의 강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20대 초.중반의 선수들도 많다는 점에서 남자마라톤의 '아프리카 천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육상팬들의 관심은 과연 누가 어느 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수립할 것인가에 몰려 있다. 하반기 가장 규모가 큰 대회는 물론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이지만 한참 더운 8월에 열린다는 점에서 세계기록경신을 노리는 스피드 마라토너들은 다른 대회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세계기록경신이 가장 기대되는 대회는 역시 베를린마라톤이다. 최근 3번의 세계기록(2003년 폴 터갓, 2007년과 2008년 게브르셀라시에)이 모두 수립된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피드 코스로 꼽히는 이 대회에서 게브르셀라시에는 3년 연속 기록경신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 또한, 최근 가장 주가를 높이고 있는 사무엘 완지루는 올림픽 이후 줄곧 "2009년 세계기록에 도전할 것이고 그 무대는 베를린마라톤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왔기 때문에 9월20일 베를린에서 최고의 빅매치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 케냐 육상연맹이 발표한 세계육상선수권 엔트리에 완지루가 포함돼 있어 과연 그가 어느 경기를 선택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세계기록경신에 근접한 다른 선수로는 에티오피아의 신예, 체가에 케베데가 꼽히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런던마라톤 10초차 2위로 매번 완지루에게 근소하게 뒤지고 있지만 짧은 마라톤 경력에 비해 엄청난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 하다. 부상으로 상반기 시즌을 건너 뛴 2007/08 월드마라톤메이저(WMM) 챔피언 마틴 렐(케냐)의 복귀무대도 하반기 기대되는 대목 중에 하나다.

#.사진설명 :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체가에 케베데. 그는 이 경기 중반에 선두그룹을 놓쳤지만 마지막 10km를 완지루보다 1분이나 빨리 달리는 저력을 발휘하며 동메달을 차지했다.






  * <여자마라톤> 저조한 기록, 에티오피아의 약진과 중국의 몰락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보유자 폴라 래드클립(영국)의 뚜렷한 하향세, 일본의 에이스 노구치 미즈키의 부상, 케서린 데레바(케냐)의 노쇠화, 저우 춘슈(중국)의 슬럼프...  세계 여자마라톤계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이 동반부진에 빠지면서 남자마라톤과는 달리 오히려 기록이 후퇴하고 있다. 2시간20분 이내 기록은 고사하더라도 20분, 21분대 기록조차 없을 정도로 저조하며, 보스턴마라톤 우승자 살리나 코스케이(케냐)의 2시간32분16초는 1985년 이후 이 대회 여자부에서 가장 늦은 우승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리나 미키텐코(독일)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2007년 35세의 나이로 마라톤에 뒤늦게 입문한 그녀는 2008년 런던마라톤과 베를린마라톤을 연거푸 우승하며 2007/08 월드마라톤메이저(WMM)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베를린마라톤 우승기록인 2시간19분19초는 지난해 랭킹 1위의 기록이다. 올해도 런던마라톤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그녀의 독주를 누가 저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설명 : 2009년 런던마라톤 우승자 이리나 미키텐고(왼쪽)과 사무엘 완지루

상반기 여자마라톤 상위기록 15위 안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절반에 가까운 7명이나 포함돼 있다. 2년 전에는 2명, 지난해 3명이 랭킹15걸 안에 들어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약진이다. 버하네 아데레를 제외한 6명이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점과 15위 이내의 선수들 중 20대는 이들이 전부라는 것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점령당한 남자마라톤에 비해 여자마라톤은 아프리카세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었다. 이는 여자들의 사회진출이 극도로 제한된 문화, 흥행성이 높은 남자선수들에게 집중되는 서구자본의 편중된 투자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었지만 올해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여자마라톤에서도 아프리카의 돌풍이 본격적으로 몰아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여자마라톤 왕국 일본은 시부이 요코가 3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다. 시부이는 2004년 2시간19분41초의 기록으로 베를린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일본의 차세대주자로 각광을 받았으나 이후 한동안 부진에 빠졌었다. 작년부터 차츰 슬럼프를 벗어나 올해 완벽히 부활한 그녀에게 일본 육상계는 8월 세계육상선수권에서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에이스 노구치 미즈키는 지난해 올림픽을 준비하며 입은 대퇴부 파열 부상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일본 언론이 마라톤에 데뷔하면 세계마라톤계를 뒤흔들 선수라고 요란스럽게 떠들어댔던 후쿠시 가요코는 마라톤 적응에 실패하면서 일본의 '여자마라톤 왕국'이라는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여자마라톤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의 몰락이다.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저우 춘슈를 필두로 웨이 야난, 쥬 샤오링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 주요대회 순위권에서 중국 선수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베이징올림픽 개최 이후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한 듯한 인상이다.

하반기 최대관심사는 역시 스타 선수들의 복귀여부다. 부상으로 런던마라톤에 불참한 이후 세계육상선수권을 목표로 훈련을 재개했다고 밝힌 래드클립과, 현재 재활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노구치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올해 여자마라톤의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 <한국마라톤> 희망을 안긴 세대교체의 바람!

베이징올림픽 이후 이봉주 선수가 2009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이제 한국마라톤은 끝인가? 후계자는 없는 것인가? 하고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한국의 젊은 마라토너들은 국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 주었다.



4월12일 지영준 선수(경찰청)의 대구국제마라톤 우승기록인 2시간8분30초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올해 세계랭킹 31위이자 비아프리카 선수로는 가장 좋은 기록이다. 2000년대 들어 이봉주 선수를 제외한 한국 선수 중 2시간10분 이내를 달린 선수는 지영준 선수가 유일하다. 게다가 이 기록은 불과 1개월 전인 3월15일 서울국제마라톤을 2시간10분41초로 완주한 이후에 이룬 성과여서 더욱 놀랍다.

이미 2003년에 2시간8분43초를 기록하며 한국마라톤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지목받아 왔고, 드디어 6년만에 기록을 단축한 지영준 선수의 올해 나이는 28세, 마라톤에서는 충분히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는 나이여서 앞으로 그의 레이스가 더욱 기대된다.

#.사진설명 : 2009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의 지영준 선수.

대학생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마라톤 데뷔무대를 가진 황준현, 육근태(이상 한국체대) 선수는 각각 2시간11분39초, 2시간14분58초를 기록했다. 아직 세계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기록으로 보일 수 있으나 처음 도전한 마라톤에서 이 정도의 기록은 상당히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참고로 '천재 마라토너'로 불렸던 황영조의 마라톤 데뷔기록은 2시간12분35초였다.

여자마라톤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위를 차지한 이선영 선수(안동시청)의 2시간27분48초는 올해 세계랭킹 37위이며, 한국 역대 3위의 기록이다. 박호선 선수(삼성전자)도 2시간32분21초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였다. 이선영 선수는 올해 25세, 박호선 선수는 23세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여자마라톤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초스피드 경쟁을 벌이는 남자마라톤, 혼전양상의 여자마라톤. 2009년 상반기 세계마라톤은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하반기는 어떨까?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과 베를린,시카고,뉴욕의 메이저마라톤대회에서 펼쳐질 세계 건각들의 올 시즌 2차전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있는 한국마라톤이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세계무대의 중심에 한 발 다가서는 2009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출처: 삼성전자육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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