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1위~6위 입상자 중 유일하게 위아 유니폼을 입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2시간 27분 41초의 기록으로 잠실주경기장 피니시라인에 들어선 이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가공설비부에 근무하는 김광호선수. 이 날 기록은 풀코스 도전 여섯 번째 만에 달성한 그의 최고기록이었다. 김광호 선수의 동아 대회 5위 입상은 지난해 그가 풀코스 데뷔전을 치른 충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혈액형 :B형

출신학교: 경남공고

김광호씨는 3년 전 후배의 손에 이끌려 경주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참가한다. 후배의 권유도 거절하기 힘들었지만 술, 담배로 나빠진 건강도 추슬러야겠단 생각에 못 이기는 척 후배를 따라나섰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달리기를 그만두었으니까 10여 년 만의 외출이었다.

당시 키 177cm에 몸무게가 76kg으로 비만이었던 그에게서 중학교 시절 육상을 했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건강도 안 좋았다.

후배를 따라 가 10km를 달리면서 그는 예전 중학교 때 기억을 떠올렸다. 부산 동현중학교에서 3000m 선수로 활약했던 그가 아니던가?

다행히 몸은 지난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움직이자 몸은 저절로 따라왔다. 체중도 10kg을 감량했다. 신명나게 훈련하고 대회에도 자주 참가했다. 경주대회 이후 1년 동안은 10km 단축코스에 전념했고, 이후에도 하프와 10km를 즐겼다. 풀코스는 지난해에 1위로 완주한 충주국제마라톤이 첫 대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운동을 그만두었지만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2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훈련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김광호씨는 주간근무(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야간근무는 오후 7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까지)를 하는 날이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40분간 달리기를 하고 식사는 20분간 간단하게 먹는다. 퇴근 후에는 1시간 정도 회사 내 대운동장에서 훈련한다. 운동장엔 등이 켜져 있어서 야간 훈련 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훈련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 두 살인 그는 5년 전 결혼한 강미준씨와의 사이에 희진(5세), 희은(4세) 2녀를 두고 있으며,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가공설비부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마스터스 부문 5위에 입상하며 기록한 2시간 27분 41초는 그의 최고기록이다. 목표는 25분대였는데 초반 오버페이스로 27분대에 만족해야 했다.

김광호씨는 지난해 충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28분 13초를 기록하며 1위로 골인해 처음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선두그룹을 따라 달리던 그는 “레이스 후반에 치고 나가도 되겠단 생각이 들어 박차고 나갔는데 1등을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고기록을 달성한 올 동아마라톤대회는 그의 여섯 번째 풀코스 완주 대회였다.

김광호 선수의 10km 최고기록은 32분 11초, 하프는 1시간 8분 56초다. 앞으로 자신의 풀코스 최고기록을 2시간 25분대로 당기기 위해 훈련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