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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미 (한국, 여성)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

2008-02-20 14:35:39

조회수

2,077

근육 곳곳은 마비되고 심장은 멎을 것 같다. 남들은 어리석다고도 했다. 무엇을 위해서 물살을 가르고 페달을 밟으며 아스팔트 위를 내딛는가.

지난 8일 경남 통영시 한산도에서 열린 2003 통영국제 트라이애슬론 대회 여자 일반부 정상에 오른 오상미씨(28·서울여대·사진). 남자도 힘들다는 수영(2㎞), 사이클(20㎞), 마라톤(20㎞)을 완주, 3시간4분27초로 당당히 1위로 골인했다. 키 1ｍ63, 몸무게 54㎏의 아담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왔을까.

“자신과의 싸움이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마약과도 같아요”. 힘들수록 더 빠져들게 된다는 오상미씨는 철인경기에 ‘미쳐서’ 남자친구는 커녕 친구 한명 제대로 사귀어 보지도 못했다.

오씨는 1987년 아버지가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한 것을 본 이래 ‘철인경기’에 푹 빠져 살았다.

94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선 그가 지금껏 출전한 횟수만 60여차례. 94년부터 4년간 여자부문 국내 1인자로 국가대표 선수생활도 했다.

99년엔 사이클 180.2㎞, 수영 3.9㎞, 마라톤 42.195㎞를 완주해 ‘제주 아이언맨’으로도 등극. 그러나 철인 3종 경기만 전문적으로 하기엔 여건이 열악했다.

94~97년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 20위 안에 꾸준히 입상했지만 후원 및 소속없이 매번 자비를 들여 참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엔 인천 집근처에서 사이클 연습을 하다 복숭아뼈가 부서져 두달간 병원에 입원한 것.

“경기 도중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생각한 적이 한 두번도 아니었죠. 결승선을 통과할 때 비로소 해방감이 들면서 ‘죽을 때까지 할 수밖에 없구나’란 생각이 들곤 해요”

그에겐 트라이애슬론 월드컵 출전이 꿈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싶다. 4살 때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약간의 청각 및 언어장애가 있는 그는 “오뚝이처럼 늘 일어날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통영/심희정기자〉
[출처 : 경향신문] 2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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