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15      

경산 815 마라톤대회

풀코스91회

기록 4:10:09

산전수전(山戰水戰)에 이은 오늘은 진흙탕 전(戰)이었다.

성암산마라톤대회를 통해 山戰을 해마다 겪고 있고 水戰은 이제 면역이 되어 반가워할 정도로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오늘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진흙탕전까지 벌였다.

최근 며칠간 소낙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크로스컨터리(cross-country)에 적합한 훌륭한 코스가 될 수 있었는데 새벽에도 잊지 않고 내려준 그놈의 비 때문에 영남대 비포장 숲길은 곳곳이 진흙탕 길로 변해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처럼 사전에 그러한 코스를 알았다면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처음부터 고운 발을 담그지 않으려했을 주자들도 있었겠지만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겉으로는 고요하고 청정한 공기로 포장된, 상쾌한 숲길로 가볍게 발을 내 디뎠던 것이다.

열이틀 전 태종대마라톤대회에서 6회 순환코스에 잔뜩 주눅이 들었던 우리들에게 하필이면 오늘도 또 코스를 6회 반복 순환해야한다고 하니 나는 물론이고 몇 몇 주자들로부터 조금은 한 숨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우여곡절 끝에 1회 순환 후 주로(走路) 상태가 심한 일부 코스를 도중에 갑자기 변경하느라 혼란이 적잖이 있었지만 다들 새로운 기록 작성이나 입상을 위한 대회참가가 아니라 또 한 번의 즐거운 완주를 위한 참가였었던 만큼 나를 비롯하여 누구나 정직하게 변경된 코스를 완주하려고 애썼다.

달리기에 거북한 일부 코스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태양을 가려주는 숲길로 이루어져 우기를 피해 대회가 개최된다면 자신의 기록향상을 위한 훈련코스로도 좋을 듯했다.

오늘의 주로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잘 준비된 대회였다.

다양한 음료와 간식에 출발과 골인지점 뿐만 아니라 중간지점에 수도시설이 있어서 원 없이 물을 덮어쓸 수 있었다.

대회참가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바지를 내리지 않고 소변을 보는 짜릿한(!) 경험도 하였다.

몇 바가지를 연이어 머리에 들이부으면서 시간도 아낄 겸 굳이 남들 시선을 피해 소변을 따로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물 속에서 그대로 배출해버렸다.

어쩌면 남을 완벽하게 속이는 사기꾼의 쾌감이 바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나친 비약일까?

요즘 어느 때보다 줄넘기를 착실하게 하고 있어서 출발 때부터 오른쪽 무릎에 약간 불편한 감이 있었으나 운명에 맡기고 달렸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되어 완주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교통편 : 집에서 자전거로 출발(05:00)-경산 영남대 도착(06:30)-풀코스 출발(07:10)